강론

주임 신부님 강론

제목사순 제 1주간 수요일2026-02-25 08:29
작성자 Level 2

사람들과 대화하다가 가끔 진정성이 느껴지는 대답을 들으면 영혼 없는 대답을 한다고 때가 있습니다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쓰는 말이기 때문에, 오늘 요나의 말을 들어보면 그의 말도 영혼 없는 말이라는 것을 아시겠지요

오늘 1독서와 복음에서 하느님의 말씀에 대해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있습니다. 요나 예언자는 니네베 사람들을 미워했기 때문에, 정말 '영혼 없이' 억지로 말씀을 전했습니다. 니네베는 사흘을 걸어야 정도로 도시라고 하는데 요나는 하루만 대충 다니며 하는둥 마는둥 것입니다.  "사십 일이 지나면 니네베는 무너진다." 라는 말도 회개하라는 따뜻한 당부도 없이, 가기 싫은 티를 내며 대충 던진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방인인 니네베 사람들은 기적 하나 보지 못했음에도, 영혼 없는 한마디에 즉시 베옷을 입고 단식하며 회개합니다.

반면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예수님 시대의 사람들은 어떠합니까? '요나보다 ', 사랑과 진리 자체이신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직접 곁에 오셨는데도 그들은 꿈쩍하지 않습니다. 마을을 다니시며 가까이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가르치시며 행하신 많은 기적과 치유를 눈앞에서 보고도 믿지 않고, 오히려 확실한 표징을 보여달라며 끊임없이 증거만 요구합니다. 마음이 굳게 닫혀버린 것입니다영혼이 없는 말을 하는 것은 예수님이 아니라 사람들이었던 것이지요.

그러한 이들도 사랑하시는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저들의 닫힌 마음은 억지로 열지 않으셨을까요?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씀처럼, "하느님은 우리의 동의 없이 우리를 창조하셨지만, 우리의 허락 없이는 우리를 구원하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문을 폭력적으로 부수고 들어오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마음의 빗장을 때까지 밖에서 인내하며 기다려주시는 분입니다. 복음 사람들은 스스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은총을 거부했던 것입니다.

우리들의 삶을 비추어 봅니다. 낯선 캐나다 땅에서 자리 잡고, 가족들 돌보며 하루하루 치열하게 이민 생활을 오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 마음도 모르는 사이에 굳은살이 박이고 딱딱해질 때가 많습니다. 힘들고 억울한 일이 생길 때마다, 우리는 하느님께 '확실한 기적'이나 '눈에 띄는 시원한 해결책'이라는 표징을 요구하곤 합니다. 뜻대로, 시간표대로 하느님이 움직여 주시기를 바라면서, 정작 마음의 문은 잠가둔 응답이 없으시냐고 원망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요나의 영혼 없는 목소리를 통해서도 회개의 은총을 베푸셨던 하느님입니다. 삶에 어떤 위대한 기적이 일어나지 않아도, 일터에서 겪는 작은 위로, 가족이 건네는 따뜻한 한마디, 고단한 타국 생활 속에서도 서로 의지하며 미사에 나오는 우리 교우들의 모습 속에 하느님은 이미 계십니다.

이번 사순 시기에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극적인 기적을 구하는 대신, 내가 쥐고 있던 고집과 완고함의 빗장을 조금씩 풀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일상의 작고 평범한 순간들 속에서, 이미 곁에 아주 가까이 계신 하느님의 미세한 숨결을 알아채고 응답하는 은총의 시간이 있도록, 아무리 영혼 없어 보이는 말이라고 해도 형제 자매들을 통해서 우리를 회개로 이끄시는 주님께 기울여야 하겠습니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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