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주임 신부님 강론

제목사순 제 1 주간 화요일2026-02-24 08:43
작성자 Level 2

어떤 사람이 가뭄이 들어 바싹 메말라버린 땅에 어떻게 해서라도 곡식을 키워 보려고 씨앗을 심었다고 생각해 봅시다하지만 물기가 전혀 없는 그곳에는 생명의 기운이라고는 찾아볼 없습니다아무리 희망하고 기다려도 메마른 땅에서는 싹이 틔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하늘에서 비가 내립니다. 마구 쏟아지는 비가 아니라 천천히 땅을 적시는 라야 합니다메마른 땅에 쏟아지는 폭우는 대부분 다른 곳으로 흘러 가기 때문이지요땅을 천천히 적셔가는 빗물은 씨앗을 강제로 쪼개거나 억지로 잡고 흔들어 깨우지 않습니다. 그저 고요하고 따뜻하게 씨앗을 감싸 안을 뿐입니다 모습이 상상이 되시죠?

씨앗이 수분을 가만히 머금으면, 신비롭게도 단단한 껍질이 열리고 생명이 돋아납니다. 하느님의 은총도 이와 같습니다. 우리의 팍팍하고 메마른 삶을 요란하게 뒤흔드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다가와 묵묵히 우리를 적셔 주십니다때론 폭우와 같이 무엇인가 우리 삶에 갑자기 쏟아지는 은총을 바랄 수도 있지만, 아마 감당할 없을 것이고, 우리 삶이 잠깐 깨어날 있을지 모르지만, 유지되기는 힘듭니다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삶을 변화 하라고 벼락을 치시거나 모든 것을 하루 아침에 빼앗아 가시거나 하지 않으십니다.

우리는 지금 '영적인 사막' 걷는 사순 시기를 지내고 있습니다. 어떤 대단한 변화를 원하며 기도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하지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하십니다. 요란하게 부르짖고 애를 써야만 기도가 하느님께 닿는 것이 아닙니다.

참된 기도는 무엇일까요? 아침에 주님께 드리는 시간에, 부엌에서 설거지할 , 출퇴근길에, 형제 자매들과 함께 , 혹은 잠들기 조용한 시간에 그저 마음을 열고, 이미 나를 감싸고 계신 하느님의 은총을 '가만히 머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은총이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수님께서는 주님의 기도 끝에 '용서' 하라고 하십니다.

우리 마음에 누군가를 향한 미움과 분노가 가득 차면, 마음의 밭은 시멘트처럼 굳어버립니다. 땅이 굳어 있으면 아무리 은총의 단비가 내려도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흘러가 버립니다.

사순 시기를 맞아 거창한 금육이나 단식도 좋지만, 일상에서 '미움으로 부터 단식' 해보면 어떨까요? 오늘 나를 서운하게 가족, 얄미운 이웃에게 향했던 거칠어진 마음을 조금 부드럽게 내려놓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은총이 스며들지 못하는 영혼의 굳은 땅을 갈아엎어, 하느님의 은총을 흠뻑 빨아들이는 가장 훌륭한 사순의 실천입니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따뜻한 사랑은 이미 비처럼 내려와, 침묵 속에서 우리의 고단함을 다정하게 감싸 안고 계십니다. 오늘 하루라도 소리 없이 스며드는 하느님의 온기를 가만히 느끼며, 안의 참된 생명을 조용히 틔워내는 은총의 시간이 있도록 합시다그리고 내일 다시 그렇게 있도록 하면 되는 것입니다우리에게 주어진 하루에 충실한 사순 시기가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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