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주임 신부님 강론

제목재의 수요일2026-02-18 09:18
작성자 Level 2

우리는 오늘 이마에 재를 얹으며 은총의 사순 시기를 시작합니다.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기억하여라."

오늘 우리가 이마에 받는 '' 참된 의미를 함께 묵상해보면 좋겠습니다. 성지를 태워서 만든 바싹 말라버린 재는 자체로는 결코 서로 뭉치지 못하고 바람에 쉽게 흩날려 버립니다. 오늘 예식에서 우리가 재에 성수를 뿌리는 것은 제일 먼저 재를 축성하기 위한 것이지만, 성수가 재에 스며들며, 흩날릴 있는 재들이 서로 엉겨 붙어 우리의 이마 위에 뚜렷하고 확실한 십자가의 표징으로 남을 있도록 합니다.

우리의 마음과 삶도 메마른 재와 다르지 않습니다. 힘과 의지만으로는 흩어지는 재처럼 마음과 행동이 하나로 모이지 못하고 제각각 흩어져 버리기 쉽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기도 합니다오늘 1독서에서 요엘 예언자는 우리를 향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옷을 찢지 말고 너희의 마음을 찢어라. 너희 하느님에게 돌아오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겉옷을 찢는 위선적인 행위를 멈추고, 제각각 흩어져 있던 마음의 중심을 하느님께로 온전히 돌리라는 간절한 호소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굳이 자선과 기도, 단식을 언급하시며 '위선자' 되지 말라고 경계하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 마저도 물기 없는 재처럼 성령께서 삶에 스며들어 있지 않다면 겉과 속이 다르고, 마음과 삶이 일치하지 못한 흩어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교우 여러분, 메마른 재에 성수가 뿌려지듯 하느님의 은총이, 성령의 힘이 우리 삶에 스며들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성수가 흩어진 재를 하나로 묶어주듯, 하느님의 은총만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흩어져 있는 우리의 마음과 행동을 온전히 하나로 묶어줄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참으로 나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존재들입니다. 위선의 가면을 벗고 마음과 삶을 하나로 묶어보려 굳게 다짐하지만, 돌아서면 이웃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고, 기도의 자리보다는 세상의 유혹에 먼저 마음을 빼앗기곤 합니다. 위대한 사도 바오로 역시 이러한 인간의 뼈아픈 한계를 누구보다 알고 계셨고, 그래서 로마서에서 7 19절에서 이렇게 탄식했습니다.

"내가 바라는 선은 하지 않고, 도리어 바라지 않는 악을 실행합니다."

사도의 길을 걸으신 사도 바오로도 고백한 마음과 삶이 완벽하게 일치할 없다는 마음 아픈 사실은, 다름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아픔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순 시기가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위로와 은총은 바로 지점에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흩어지는 마음과 자신의 나약함에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나의 힘은 약한 데에서 완전히 드러난다" 하신 주님의 말씀을 믿었기 때문에 흔들려도 넘어져도 다시 일어 있었습니다.

완벽하지 못한 자신, 자꾸만 위선에 빠지고 넘어지는 나의 못난 모습을 하느님 앞에서 억지로 숨기려 하거나 절망하지 말아야 합니다. 마음과 삶이 일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변명하기보다, 흩날리는 재와 같은 나의 나약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주님 앞에서 진심으로 뉘우칠 아는 .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정직하고 통회하는 마음을 어떤 완벽한 제물보다 기쁘게 받아 주십니다.

오늘 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간곡히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보십시오,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입니다." 하느님과 화해하는 은혜로운 때는, 결국 하느님과 온전히 머무르는 시간으로 이어집니다.

우리의 흩어진 마음을 억지로 모아 세상에 증명하려 애쓸 필요 없습니다.하느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이 계십니다. 골방에 고요히 무릎 꿇고 있을 때만이 아니라, 부엌에서 분주히 요리를 때나, 거리를 걸을 때나, 일터에서 흘릴 때도 하느님은 은총의 성수처럼 우리 삶에 스며들어 계십니다.

사순 시기의 단식과 자선, 기도는 거창한 업적을 쌓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일상의 모든 순간 속에서 우리 곁에 가까이 계신 하느님과 머무르는 시간을 깊이, 온전히 확보하기 위한 거룩한 연습입니다. 배고픔을 비워낸 자리에, 욕심을 덜어낸 자리에, 침묵으로 비워둔 시간 속에 하느님을 모시고, 우리의 흩어진 삶을 은총으로 묶어내는 것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40일의 사순 시기 여정 동안은 무엇을 하려고 너무 애쓰지 마십시오. 대신 가까이 계신 하느님과 머무르기 위해 마음을 다해 보십시오. 마음과 삶이 일치하지 않아 괴로울 , 바오로 사도처럼 있는 그대로의 나약함을 안고 주님 곁에 가만히 머물러 계십시오. 솔직한 뉘우침과 침묵의 시간이야 말로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은총의 성수가 것입니다.

흩어지는 먼지 같은 우리를 붙들어 주시고 당신과 일치하게 하시는 하느님의 크신 자비 안에서, 참된 평화와 일치를 향해 걸어가는 복된 사순 시기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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