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주임 신부님 강론

제목2026 년 설날2026-02-17 11:42
작성자 Level 2

오늘은 우리 민족의 고유 명절인 설날입니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달력을 보면 다를 일이 없는 평범한 화요일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아침 일찍 각자의 일터로, 학교로 향하며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루를 시작했을 것이고 여러분들도 여느 많이 다르지 않은 하루가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처럼 친척이 모여 북적이는 명절은 아닐지라도, 우리에게 주어진 평범한 하루 속에서 무엇보다도 믿음의 눈으로 우리가 맞은 설날의 참된 의미를 돌아봐야 하겠습니다.

오늘 1독서인 민수기에서 하느님께서는 아론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축복을 내려 주십니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  그런 축복을 우리는 언제나 주님께 원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새해가 되면 덕담으로 " 많이 받으세요" 라고 인사합니다. 이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복은 건강, 재물, 사업의 번창이나 자녀의 성공처럼 눈에 보이는 좋은 것들, 대단한 것들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축복도 우리가 어떤 모습을 통해서 얻어야 하는 특별한 행운처럼 생각할 있습니다예를 들어 많은 이들이 축복이라고 생각할 6/49 당첨되려면 복권을 사야 하듯이, 내가 하는 일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성경이 말하는 '하느님의 축복' 다릅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참된 복은 어떤 '재물'이나 '결과물' 만들어 주시는 것이 아닙니다. 민수기의 말씀처럼 하느님께서 당신의 얼굴을 우리를 향해 드시고, 우리를 지켜보시며, 우리 마음 안에 당신의 평화를 불어넣어 주시는 것이 바로 자체입니다. , 하느님 당신께서 우리 곁에 함께 머무시며 우리와 관계를 맺어 주시는 , 이것이 바로 신앙인이 누릴 있는 가장 크고 완전한 축복입니다그리고 관계는 우리의 모습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이 아니라, 무조건 적인 하느님의 사랑인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하느님의 축복은 결코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그러나 세상이 말하는 복에 치우쳐져 있는 우리의 삶을 보면 우리는 하느님이 아니라 항상 다른 것을 원하고 있지 않을까요?

오늘 2독서인 야고보서는 우리 인생을 가리켜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줄기 연기" 같다고 말합니다. 새해를 맞아 희망찬 계획을 세우는 우리에게 말씀이 조금은 허무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가끔 인생이 허무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있습니다여러분 중에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신분들이 있을 있습니다삶의 고통 앞에서, 친구나 가족, 가까운 이들에게 받은 상처나 실망감,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빠졌을 그런 생각을 있습니다하지만 야고보서가 말하는 인생이 줄기 연기와 같다는 말씀은 우리가 내일 일을 장담할 없을 만큼 연약한 존재이기에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나와 가장 가까이 계신 하느님, 가장 축복이신 그분께 온전히 의지하라는 초대인 것입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것이다"라는 야고보서의 말씀은, 호흡보다 생각보다 가까이 계신 주님과 순간 대화하며 삶을 의탁하겠다는 믿음의 고백인 것입니다.

이러한 믿음은 오늘 복음이 말씀하시는 '깨어 있는 '으로 이어집니다. 예수님께서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놓고 있어라" 하고 말씀하십니다.

복잡한 연휴가 아닌 평범한 화요일에 맞이하는 우리의 소박한 설날, '깨어 있음'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밤을 새워 무언가를 거창하게 준비하는 것이 아닙니다. 깨어 있다는 것은, 평생을 수도원의 부엌에서 요리와 설거지를 하면서도 하느님과 깊은 일치를 이루었던 로렌스 수사처럼 일상 하느님의 '현존' 잊지 않는 것입니다.

퇴근 가족과 마주 앉아 떡국을 나누는 따뜻한 식탁, 멀리 계신 부모님이나 친지들에게, 멀리 있는 자녀들에게 안부를 묻는 전화 . 지극히 평범한 순간들 속에 축복 자체이신 하느님께서 이미 계심을 알고 있는 마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삶의 모습이 바로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밝히는 실천입니다.

우리 본당의 표어를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봅시다. "크게 소리칠 필요 없습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가까이 계십니다."

우리가 복을 달라고 주님께 크게 외치지 않아도, 주님은 오늘 하루 묵묵히 걸어온 우리의 발걸음 곁에 이미 다가와 계십니다. 이처럼 일상 속에 살아계신 주님을 의식하고, 당신 자체로 축복이신 그분을 기쁘게 맞아들이는 . 그것이 바로 주인을 기다리며 깨어 있는 신앙인의 참모습입니다.

교우 여러분, 2026 해는 눈에 보이는 세상의 복을 찾아 헤매기보다, 일상 속에, 우리 곁에 머무시는 하느님을 깊이 체험하는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가장 축복으로 가장 가까이 계신 하느님께서 이번 , 우리와 우리 가정에 따뜻한 위로와 풍성한 평화를 내려주시기를 간절히 청하며 미사를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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