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1독서인 사무엘기 상권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사무엘에게 몰려가 "우리에게 다른 민족들처럼 왕을 세워 주십시오!" 하고 말합니다. 과연 그들이 조용하게 자신들의 생각을 말했을까요? 아마 자신들의 뜻대로 해야 한다고 하며 아우성을 쳤을 것입니다. 그들은 다른 나라들 처럼 자신들 앞에서 싸워줄 강력하고 눈에 보이는 인간을 왕으로 원했습니다. 그들이 왜 이렇게 소리치며 왕을 요구했을까요? 그들은 자신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 자신들을 지켜주신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 너무 멀리 계신 것 같고, 당장 눈앞의 적들은 무서우니,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힘'을 달라고 소리친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사무엘에게 말씀하십니다. "그들은 너를 배척한 것이 아니라, 나를 배척하여 더 이상 나를 자기들의 임금으로 삼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미 그들의 참된 임금님이신 하느님께서 그들 곁에 계시며 이집트에서부터 그들을 업어다 키우셨는데도, 그들은 곁에 계신 하느님을 외면하고 다른 곳에서 '가짜 구원'을 찾고 있었던 것입니다.
반면, 오늘 복음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 나옵니다. 중풍 병자를 데리고 온 네 사람은 군중 때문에 예수님께 다가갈 수 없자, 지붕을 뜯어내고 병자를 내려보냅니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비키라고 하며 큰 소리를 내며 싸우는 대신, 묵묵히,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예수님 바로 '가까이'로 다가가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에게 말씀하십니다.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예수님께서는 그 자리에 있던 율법 학자들의 속마음까지 다 읽고 계셨다는 것입니다. 율법 학자들이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하지 않고 마음속으로만 의구심을 품었을 때, 예수님께서는 "어찌하여 마음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느냐?" 하고 물으십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합니까? 하느님은 우리가 굳이 입을 열어 크게 설명하거나 소리치지 않아도, 우리 마음속 가장 깊은 생각과 아픔까지 이미 다 알고 계실 만큼 '가까이' 계신다는 뜻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눈에 보이는 힘, 돈, 권력이라는 '세상의 왕'을 달라고 소리치지 마십시오. 그것들이 나를 지켜줄 것이라고 착각하며 하느님을 멀리 밀어내지 마십시오.
하느님은 여러분의 침묵 속 기도를 들으시고, 남들에게 말 못 할 속사정까지 꿰뚫어 보시는 분입니다. 중풍 병자를 고치시기 전에 먼저 그의 '죄'를 용서하신 것처럼, 우리 겉모습의 문제보다 우리 영혼의 가장 깊은 곳을 먼저 어루만지시는 분이 바로 우리 곁에, 아주 가까이에 계십니다.
오늘 하루, 세상의 헛된 왕들을 찾아 소리치는 마음을 내려놓읍시다. 대신 지붕을 뚫는 간절함으로, 내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고 계신 주님 앞에 조용히 머무르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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