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몸이 깨끗해진 열 사람 중에 한 사람만 돌아온 것을 보시고 나머지는 어디 있느냐고 물으십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받고 싶으셔서, 아니면 고마워하지 않는 그들이 괘씸해서 그러셨을까요? 물론 우리 같았으면 아마도 그렇겠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위해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라고 말씀하시는 것과 같이 몸이 깨끗해지는 것 보다 영혼의 치유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지금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이 항상 더 중요하고 먼저입니다. 몸의 건강에는 온갖 시간과 돈을 쓰지만 영혼의 건강에는 그다지 쓰지 않습니다. 건강하기 위해서 음식을 가려 먹고, 비타민과 여러가지 약도 먹고, 운동도 하고, 건강 유투브도 보고합니다. 물론 하느님께서 주신 몸을 건강하게 잘 보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결국에는 눈에 보이는 것만 멀쩡하면 다 좋은 세상인 것이지요. 그리고 어떤 일이 잘되어도 자신이 잘해서 그런 것이기 때문에 하느님께 감사할 줄 모르는 것입니다. 한시라도 빨리 사제들에게 가서 깨끗해진 몸을 보이고 자신들이 그리워하던 일상 생활로 돌아가기 위해서 뒤도 안 보고 가던 나병환자들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시간이 있을 때,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있을 때만 찾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돌아온 나병환자인 사마리아인의 시간을 많이 뺏으신 것도 아니고, 이것저것 해야 한다고 하시며 많은 짐을 지게 하신 것도 아닙니다. 아주 단순하게 하느님을 향한 그의 마음을 보시고 그 믿음으로 구원을 받았으니 이제 가라고 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시간을 뺏기 위해서, 세상 삶을 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기도하라고 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당신 안에서 이루어진 다는 것을 알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죄를 지어도 자비를 베푸시는 하느님께 감사하며 회개할 때 그리고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믿음으로 한다면 하느님의 구원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성 요사팟 주교님은 동방정교회에서 로마 교회로 오시며 일치를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다가 반대하는 이들에 의해서 죽임을 당했습니다. 아마 그러한 일을 계속한다는 것이 당신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계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을 쫓지 않으시고 하느님의 뜻을 쫓으셨습니다. 그래서 당신을 미워하는 이들과 교회의 일치를 위해서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셨습니다. 모든 것이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고 눈이 보이지 않는 은총에 감사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하느님께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지 않는다면 아무리 눈에 보이는 대단한 일이 일어났다고 해도 그때 가서 하느님께 감사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항상 작은 일에서도 감사해야 합니다. 십자가의 고통이 있어도 감사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삶을 살아갈 때 하느님의 뜻에 더욱 가까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며, 눈에 보이는 우리의 힘이 아니라 마음안에서 솟아 오르는 믿음으로 구원 받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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