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민수기의 말씀에서 하느님께서는 불평 불만을 늘어 놓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불뱀들을 보내셔서 사람들이 물려 죽도록 하십니다. 그러자 놀란 백성들은 모세에게 달려가 잘못했다고 하며 뱀을 치워 주시도록 주님께 기도해 달라고 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물어 죽이는 뱀을 치워 달라고 했는데 하느님께서는 그들의 말 대로 그냥 치워 주시지 않습니다. 물론 모세가 그렇게 기도했을 것이고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보내신 뱀들이 단번에 사라지도록 할 수 있으셨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십니다. 백성들이 계속 물리 도록 두셨던 것이지요. 대신 모세에게 구리 뱀을 만들어 기둥에 달아 놓고 누구든지 물렸을 때 그 구리 뱀을 보면 살게 될 것이라고 하십니다.
뱀에게 물렸는데 구리 뱀을 보면 살게 될 것이라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말이 되지 않습니다. 암에 걸린 사람에게 암 세포의 모양을 만들어서 달아놓고 그것을 보면 살 것이라고 하면 그것을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래서 하느님께서 그냥 뱀들을 없애지 않으시고 백성들이 물렸을 때 구리 뱀을 보도록 하신 것은 믿음을 요구하신 것입니다. 광야의 험난한 여정안에서 당신을 향한 믿음을 잃고, 당신의 종인 모세를 믿지 못하는 백성들에게 살고 싶으면 당신의 말씀을 믿으라고 하시는 것이지요. 그렇게 혼난 이스라엘에게 광야는 계속 됬지만 당신께서 함께 계시고 돌보시기 때문에 힘들다고 포기하지 말고 당신을 바라보며 믿으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모세와 구리 뱀의 이야기를 말씀하시며 그와 같이 당신께서도 들어올려 지셔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렇게 들어올려 지신 당신을 믿는 사람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라고 하십니다. 예수님께는 오늘 십자가 현양 축일을 지내는 의미대로 십자가 위에 희생되셨고, 그 희생으로 인해서 하느님의 영광에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을 물던 뱀들이 사라지거나 그들의 눈 앞에서 광야가 갑자기 사라지지 않은 것과 같이 예수님의 십자가는 세상의 모든 고통과, 전쟁과, 미움과, 이기심등이 사라지도록 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힌 순간 온 세상이 아무런 고통도 없고 어려움도 없이 평화롭게 된 것이 아니지요.
우리도 때로는 십자가를 바라보며 기도하면서 지금 자신이나 가족, 가까운 사람이 겪고 있는 고통을 없애 달라고 하기도 하고, 병을 치유해 달라고 하기도 하고, 용서하고 화해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스라엘이 뱀을 치워 달라고 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당신의 은총으로 우리 마음에 평화를 허락하신다고 해도 대부분의 경우 그러한 광야는 계속됩니다. 우리가 아무리 하느님께 그러한 것들을 치워달라고 한다고 해도 하루 아침에 다 치워지지 않습니다. 미워하는 사람은 그 미움이 사라지지 않고, 지금 아픈 몸이 아무일 없었다는 것과 같이 나아지지 않습니다. 경제적으로 고통 받을 때도 그 어려움은 보통 계속됩니다. 또 주위에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나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것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세상이라는 광야에서 우리를 꺼내 주시기 위해서 십자가에 달리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십자가를 바라보고 믿으면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라고 하시는 것은, 비록 우리 삶에 충분한 물과 맛있는 음식이 부족한 광야가 계속된다고 해도 당신을 믿는다면 살아서 약속된 땅에 들어갈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극심한 고통 중에 있다고 해도 십자가를 바라보며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다면, 주님을 향한 믿음을 새롭게 한다면 영원한 생명이라는 큰 상을 얻는 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십자가의 예수님의 모습이 우리에게 분명히 말하는 것은 하느님의 사랑은 당신의 아들이 우리를 위해 우리가 겪는 고통과 죽음을 겪도록 하셨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셔서 사람들을 치유하고 기쁜 소식을 전하며 많은 기적을 일으키셨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예수님을 향한 질투와 경계심, 그리고 미움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이시면서도 십자가에 못박히신 당신을 보고 내려와 보라고 비아냥거리던 사람들의 말 대로 그냥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정리하지 않으셨습니다. 끝까지 사람들의 버림과 십자가의 모든 고통을 그대로 받아들이시며 우리를 위해 죽으셨습니다. 십자가를 피해가지 않으시고 우리의 모든 죄를 당신께서 짊어 지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일시적으로 눈앞에 있는 고통이 아니라 죄가 만들어내는 영원한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그 고통스러운 십자가를 바라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믿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불뱀들에게 물려 죽은 것은 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믿음을 잃자 주위의 모든 환경이 너무나 견디기 힘들었던 것이지요. 우리도 믿음을 잃는다면 마찬가지로 광야를 견디기 힘들 것입니다. 그래서 믿어야 합니다. 언제나 주님만을 바라보며 믿어야 합니다. 그러한 믿음이 있을 때 우리가 광야의 한가운데서 먹을 것도 없고 마실 것이 없어도 불평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약속된 땅을 향해 더욱 힘차게 나아 갈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