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상을 보면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과학이나 공학계의 발전을 통해서 예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을 것들을 만들어 내고 있지요. 그러면서 인간은 더욱 스스로의 힘에 의존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믿지 않고 사람의 힘에 의지해서 공격해 오는 적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아하즈 왕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은 자신이 필요할 때만 찾으면 되고 그 외에는 알아서 하려고 하는 것이지요.
하느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세상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은 하느님을 찾지 않고 있고, 사람이 하느님을 찾지 않는다면 그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믿는다고 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에서도 그들이 원하는 하느님의 역할은 극히 제한 적인 것입니다. 모든 것을 맡기는 믿음이 아니라 그냥 필요할 때 가져다 쓰는 물건과 같은 것이지요. 아니면 택시나 우버와 같이 필요할 때 부르면 오는 하느님을 원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믿음이라면 절대 성모님과 같은 대답을 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필요할 때 도와 줄 테니까 알아서 잘 하라는 것이 아니라, 마리아의 모든 것을 원하셨고, 마리아는 당신의 모든 것을 주님께 드렸습니다. 그런데 마리아가 당신이 원죄 없이 잉태 되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을까요? 천사가 당신을 어느 순간에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요? 천사의 방문에 놀라는 모습을 보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응답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천사가 찾아오기 전까지 어머니의 삶은 그 후의 어머니의 삶과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온전히 주님께 맡기고 의지하는 삶인 것이지요.
대부분 사람은 회개를 통해서 하느님을 만나기 전의 삶과 만난 후의 삶이 확연하게 다르지만 성모님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순간에 천사가 찾아왔었 다 거나, 다른 일로 찾아왔었다고 해도 분명히 똑 같은 대답을 하셨을 것입니다. 한 순간도 하느님을 떠나 있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이 세상 삶의 목적도 성모님과 같이 한 순간도 하느님을 떠나지 않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먼저 우리를 찾아오시고 언제나 우리를 떠나지 않으시는 하느님을 믿고 세상일 보다 먼저 하느님의 뜻에 귀 기울이고 실행하는 사랑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물론 우리가 죄가 없으신 성모님과 같을 수는 없지만 그러한 완전함을 향해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성모님과 같이 모든 것을 하느님께 의지해야 합니다. 우리 삶에는 크고 작은 많은 일 들이 일어납니다. 때로는 기쁘고 즐겁지만, 때로는 아프고 상처가 되고 고통이 되는 일들도 있습니다. 아하즈 왕과 같이 세상의 힘에 의지하고 싶은 유혹이 많습니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상관없이 먼저 주님께 가야 합니다. 항상 기도하며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주님의 길은 어떤 경우이든지 우리에게 가장 좋은 길이라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그러한 확고한 믿음이 있을 때 세상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성모님과 같이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라고 매순간 마음을 다해 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대답을 할 때 우리 안에 그리스도는 항상 새롭게 탄생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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