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루시아 성녀 기념일입니다. 루시아는 라틴어로 빛이라는 단어에서 나오는 이름입니다. 그런데 사탄의 이름인 루시퍼 도 같은 빛이라는 단어에서 나오는 이름이지요. 물론 다른 점은 루시아 성녀는 자신이 빛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빛을 세상에 비췄던 분이고, 사탄은 자신이 빛이 되려고 했던 것이지요.
세상에는 그렇게 자신이 빛이 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을 향한 빛은 앞이 보이지 않게 합니다. 차를 타고 가다가 저녁이나 아침에 낮게 떠 있는 해가 정면으로 비추면 앞을 볼 수가 없듯이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자신에게 빛을 비추는 사람은 앞을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듯이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을 알 수 없고,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들을 알아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루시아 성녀와 같이 자신을 통해 하느님의 빛이 길을 비추고, 주위에 형제 자매들을 비추도록 할 때는 그 빛이 눈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보여 주시려고 하는 것을 분명하게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례자 요한이 회개를 외치며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줄 때 그 사회에서 죄인으로 낙인이 찍힌 많은 이들이 요한에게 와서 세례를 받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빛이 되고 중심이 되려고 한 이들은 하느님께서 메시아에 앞서 그분의 길을 준비하기 위해 보내신 사람인 세례자 요한을 알아 보지도 못했고 오히려 박해한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많은 병자들과 죄인들은 예수님을 알아보고 모여 들었지만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은 눈이 가려져서 예수님이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고 참된 빛을 질투하고 시기하며 빛이 되려는 자신들에게 방해가 되었기 때문에 십자에 못박아 죽여 버린 것입니다.
오늘 이사야서의 말씀에서 하느님께서는 당신은 우리에게 유익하도록 가르치시고 우리가 가야 할 길로 우리를 인도하시는 분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당신의 빛이 우리를 통해서 우리가 들고 가는 전등이 어두운 밤에 앞길을 밝히듯이 우리의 길을 밝혀 주시는 분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 빛은 우리 밖에서 비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비추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빛을 받아들이는 이들의 삶속에서 하느님의 빛은 그들 안에 머물며 세상을 비추게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빛은 언제나 우리가 원하는 길을 비추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길이 하느님의 길이 아닐 때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길이 아닌 길은 어둠인데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 길을 밝힐 수 있다고 착각하며 자신의 명예나, 재물, 지위나 능력에 의지하며 그 길을 가려고 하지만, 결국에는 어둠속에서 길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루시아 성녀는 당신의 삶과 순교로 그리스도의 빛이 되었고, 그 빛은 지금도 우리를 비추고 있습니다. 우리도 꺼지지 않는 빛이신 그리스도의 빛이 될 수 있도록 내가 빛이 되려고 하기 보다 주님의 빛에 자신을 온전히 맡길 수 있는 용기를 구하며 이 미사를 봉헌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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