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창세기의 말씀은 어떻게 원죄가 시작되었는지 우리에게 알려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담과 하와의 모습에서 죄가 사랑으로 당신과 같은 모습으로 창조하신 인간을 어떻게 바꿔 놓고 있는지 잘 볼 수 있습니다. 당신과 같은 모습으로 창조하셨다는 것은 겉 모습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하느님의 사랑이 완전한 모습으로 아담과 하와를 통해서 드러났지만, 죄가 들어서자 그들의 모습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라 이기주의로 변합니다. 죄를 짓고 숨어 있다가 하느님께서 찾아오셨을 때,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는 것이 아니라 아담은 하와 때문이라고 하고, 하와는 뱀 때문이라고 하면서, 모두 나는 아니라고 하는 것이지요. 그러한 상황에서 그들을 찾아오신 하느님은 아담과 하와에게 더 이상 사랑이 아니라 두려운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한 인간의 모습을 보시고 하느님께서는 구세주를 약속하십니다. 그리고 그 약속을 당신이 창조하신 인간인 마리아를 통해서 이루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마리아를 아담과 하와가 지은 죄에 묶여 있지 않게 하시며 원죄 없이 잉태되게 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죄가 없는 분이신 성모님께서는 하느님께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당신을 찾아오셨을 때, 두려움으로 숨거나 다른 사람에게 가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당신을 온전히 봉헌하십니다. 죄로 인해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끊어졌던 사랑의 끈이 성모님을 통해서 다시 연결된 것입니다.
그 사랑의 끈은 절대 끊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성모님께서는 아무리 깊은 죄에 빠져 있는 인간이라고 해도 그들을 위해서 중재하시며 그들의 어둠속에 그리스도의 빛이 되어 주십니다. 희망을 잃지 말고 다시 주님의 은총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어머니가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길을 찾아 가듯이 함께 가시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예수님을 만나 회개하고 당신과 같이 은총이 가득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것이지요.
우리의 삶에서 어머니께서 하시는 일은 한편으로 보면 단순한 것입니다. 언제나 하느님만을 바라보며 사신 분이기 때문에 다른 복잡한 과정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그렇게 하느님만을 바라보며 살도록 도와 주시는 것이지요.
우리도 세례를 통해 비록 원죄에서 해방 되었다고 하지만 계속해서 죄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죄를 지을 때 마다 깨닫고 실감하는 것은 절대 악을 혼자 이겨낼 수 없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안에 더 머물수록 점점 하느님의 사랑을 잊게 되고 하느님이 두려워 지는 것입니다. 죄를 용서하시는 분이라고 믿기 보다 먼저 심판하시는 분이라고 믿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먼저 자비하신 분이시고, 더군다나 어머니께서는 우리를 심판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오로지 하느님의 뜻인 우리 모두의 구원을 위해서 끊임없이 전구해주시고 주님께 이끌어 주시는 분입니다. 언제나 어머니의 사랑으로 죄의 상처로 아파하는 우리를 감싸 안고 돌봐 주시는 분입니다.
그렇게 성모님의 역할은 예수님의 어머니의 역할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은 우리 모두의 어머니가 되도록 하신 것이고, 어머니께서는 그러한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셨습니다. 모든 인류의 구원을 원하시고, 우리가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들이 되기를 원하시는 하느님께서는 성모님은 그 뜻을 이루시는데 당신이 아니라 우리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분이 되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원죄 없으신 잉태는 먼저 예수님을 향한 것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우리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를 위한 아버지의 사랑의 표징인 것이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희망과 신뢰와 믿음을 가지고 어머니께 나아가야 합니다. 넘어져 다치고 더러워져 있는 손이라고 해도 어머니께서는 사랑으로 잡아 주십니다. 그리고 우리가 아버지의 자비를 믿고 회개를 통해 새로운 사람이 되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드님의 십자가의 길에 함께 하셨듯이, 우리의 십자가 고통에도 함께 하십니다.
천사의 말 대로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습니다. 그 사실을 당신의 믿음과 삶으로 보여주신 어머니께서 우리도 그 사실을 믿고 두려워하지 말고 주님의 뜻에 순종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어머니를 통해 아버지께 봉헌해야 하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