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는 보통 시작이 있고 결과만 있는 경우는 없습니다. 시작에서 결과로 가는 과정이 항상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제가 되기 위해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시작부터 사제가 되기 까지는 과정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배우자를 만나 결혼 한 것도 첫 만남과 결혼식만 있던 것이 아니라 만남에서 결혼으로 가는 과정이, 다 다르겠지만, 분명히 있었습니다.
우리가 세례를 통해서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의 목적지인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영원한 집으로 가는 것도 과정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를 땅에 뿌려진 씨가 자라나서 열매를 맺는 과정에 비유해서 말씀하십니다. 또한 작은 겨자씨가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서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수 있을 정도로 크는 과정을 비유해서 말씀하십니다. 어떤 씨앗도 과정을 다 무시하고 나무가 될 수 없고 열매를 맺을 수 없다는 것은 우리가 잘 아는 사실입니다.
때로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그 길이 평탄하지 못하고 많은 굴곡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느 날은 하느님 안에서 정말 기쁜 날이 있지만, 어떤 날은 아무것도 되지 않고 기도도 되지 않으며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는 것과 같지 않은 날들도 있습니다. 그러한 모든 것이 하느님의 나라를 향하는 우리의 삶,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열매는 맺는 삶의 모습이며 필요한 과정입니다.
그러한 과정안에서 우리에게 항상 필요한 것은 하느님의 은총인 것이지요. 씨앗이 나무가 되어 열매를 맺기까지 영양분과 햇살과 물이 필요하듯이 하느님의 은총은 설사 흐린 날이라고 해도 계속해서 우리가 걸음을 멈추지 않도록 하십니다. 날씨가 흐리다고 자라기를 멈추는 나무가 없듯이 우리도 힘들고 고통이 있다고 해서, 여러 면에서 삶이 힘들다고 해서 가는 길을 멈춰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그러한 날들도 모두 과정이라는 것을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히브리서의 말씀에서 그러한 과정을 말합니다. 빛을 받은 뒤에 많은 고난의 싸움을 견디어 낸 때를 기억해보라고 합니다. 서로 고통을 나누고 길이 남는 재산, 하느님의 나라가 있기 때문에 고통과 심지어는 재산을 빼앗기는 일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약속된 것을 얻으려면 인내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씨앗이 나무가 되고 열매를 맺는 것도 말씀드린 대로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기다림이 아무리 길다고 해도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지금 삶이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눈물 없고 고통 없이 없는, 평화로운 삶과 많이 다른 모습이라고 해도 인내를 가지고 그러한 과정들을 이겨 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하느님께서 뜻하신 때에, 뜻하신 모습으로 당신께서 드러내시는 나라에 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