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물이 맑아야 아래물이 맑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마음에서부터 행동으로 흘러나가는 물줄기라고 생각해볼 때 마음이 악하면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이 선할 수 없는 것입니다. 물론 선 한 척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뜻대로 되지 않으면 금방 악의 본 모습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 대표적인 예가 오늘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입니다. 그들은 철저하게 법을 지키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법을 잘 지켜 겉으로 훌륭한 삶을 살아간다는 자부심, 교만으로 가득한 이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반인들에게 우리는 이렇게 잘하는데 너희는 왜 못하냐는 식으로 말하며 멸시하고 깔봤을 것입니다. 율법도 안지키는 죄인들이라고 손가락질했겠지요. 그래서 손을 씻지 않으신 예수님을 보고도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는다는 좋지 않은 생각을 한 것입니다. 속이 악하기 때문에 자신들 같지 않으면 먼저 판단하고 비판하는 것이지요.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에게 거룩함은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었지만, 예수님께 진정한 거룩함은 하느님을 통해서 형제 자매들을 사랑하는데 있는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이 하느님의 사랑으로 채워져 있다면 어떻게 그 안에서 악이 나올 수 있을까요? 어떻게 가서 형제 자매들을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비난하고 비판하며 손가락질 하고 멸시할 수 있을까요?
사도 바오로는 로마서 말씀에서 남을 심판하는 자는 스스로를 단죄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잘하는 남을 뒤에서 비판할 때 마다 스스로를 단죄하는 것입니다. 안 좋은 이야기를 퍼뜨릴 때 마다 스스로를 단죄하는 것입니다. 겉으로는 정의로운 척하지만 마음이 악하는 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지요.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는 환시에서 천사가 당신의 심장을 불화살로 찌르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성녀는 이 경험이 고통스러우면서도 달콤하다고 했고, 이것이 하느님의 사랑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성녀는 많은 생각을 하기보다 많은 사랑을 해야 한다고 하시며 우리를 사랑으로 채우는 것을 향해 움직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하느님의 사랑으로, 즉 완전한 선으로 채우는 것은 당연히 하느님이십니다. 우리는 항상 하느님을 향해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야 완전하지 않다고 해도 판단하고 비판하기 전에 먼저 이해하고 용서하며 사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을 악이 아니라 선으로 채워 나가며 형제 자매들의 어떤 부족함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마음이 악으로 채워져 있다면 겉이 선하다 해도 거짓된 선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거짓이 아니라 진정한 선을 행하는 그리스도인, 목숨을 내 놓으며 형제 자매들을 사랑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도록 이것저것 따지기 보다 믿음으로 주님을 향한 움직임을 멈추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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