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어나고 있는 전쟁이 빨리 끝나야 할 텐데, 계속해서 길어지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상에 보면 이렇게 서로 내가 옳다, 나는 의롭다, 너는 악이다 하며 전쟁을 벌이거나 싸우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서로 사랑해야 하는 가족들 사이에서도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요. 그런 싸움에 휘말리면 억울한 마음에 미움과 화로 인해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떻게든 자신의 정당함을 증명하고, 자신의 힘으로 상대를 꺾어 당장 상황을 해결하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선택하고 행동할까요? 오늘 1독서와 복음의 예수님을 보면 어떻게 하는 사람이 하느님 앞에 진정한 의인인지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의인은 모든 것을 하느님의 뜻대로 하는 사람이지만 미움을 받는 사람입니다. 내가 의로우면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혜서를 보면 악인들이 의인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냥 남 몰래 죽여 없애 버리자 도 아니고, 수치스럽게 죽여 버리자고 합니다. 미움의 정도를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여러분은 형제 자매들과 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의 자리에 있습니까? 미움을 받아도, 함정에 빠져도 같이 미워하지 않는 의인일까요? 아니면 맞받아 치려고 하고 더 미워하고 더 아프게 만들어 버리려고 하는 가요? 복수와 미움에 마음이 물들어 있다면 과연 그 모습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의인의 모습일까요?
특히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나를 미워하고 수치스럽게 만든 사람을 마주할 때, 억울함을 참고 견디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당장 내 힘으로 갚아주지 않으면 내가 지는 것 같고, 당하고 만 있으면 바보가 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혜서의 의인, 예수님께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당신이 누구인지 드러내며 싸우지도 않았고, 당신을 정당화 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요한 복음을 보면, 지도자들은 눈에 가시 같은 예수님을 잡아서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지혜서의 악인들이 의인에게 '수치스러운 죽음을 내리자'고 모의했던 그 예언이, 예수님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수치스러운 십자가의 죽음은 권력을 쥔 악인들이 승리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잡으려고 하였지만, 그분에게 손을 대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분의 때가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말씀은, 악인들이 의인을 핍박하고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비극마저도, 결국에는 하느님의 때에만 가능합니다. 십자가라는 그 수치스러운 사건조차도 하느님께서 허락하시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습니다. 악인들은 스스로 대단한 힘을 가졌다고 착각하지만, 초기 교회 교부들의 가르침처럼 그들은 단지 하느님의 완전한 구원 계획 안에서 도구로 쓰일 뿐입니다. 그들이 쏟아낸 조롱과 폭력은 하느님의 뜻대로 예수님을 인류 구원을 위한 가장 완전한 제물로 완성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1독서 지혜서가 말하는 '하느님의 신비'입니다. 악인들은 자신들의 악함 때문에 눈이 멀어, 고통과 죽음 너머에 있는 이 거룩한 구원의 섭리를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십자가로 모든 것을 끝냈다고 생각했지만, 하느님은 그 십자가를 통해 영원한 생명의 문을 여셨습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이 십자가의 신비는 오늘날 우리의 삶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우리가 억울한 갈등 속에 놓일 때, 세상의 불의가 승리하는 것 같고 하느님이 침묵하시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노와 복수심으로 내 정당함을 당장 스스로 증명하려 애쓸 필요가 없습니다. 세상의 어떤 악의나 다툼도 하느님의 주권 아래에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겪는 그 억울함과 고난마저도 선으로 바꾸시어, 당신의 때에 우리를 구원과 영광으로 이끄시는 분이십니다. 눈에 보이는 억울함에 마음을 빼앗겨 함께 미워하고 물질적 영적 폭력을 행사하는, 영적인 눈이 멀어버린 악인들의 길을 걷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사순 시기의 여정을 걸어가며, 십자가를 향한 길에서 묵묵히 '하느님의 때'를 기다리신 예수님의 침묵을 기억합시다. 미움을 미움으로 갚지 않고, 모든 것을 하느님의 신비로운 섭리에 온전히 맡겨드리는 참된 의인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이 미사 중에 주님께 굳건한 믿음의 은총을 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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