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다윗 왕에게 고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신은 백향목으로 지은 멋진 궁전에 사는데, 하느님의 궤는 초라한 천막 아래에 있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을 위해 집을 지어드려야겠다고 마음먹습니다.
그런데 형제 자매 여러분, 하느님의 대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우리는 그런 경우에 당연한 일이라고 할 것입니다. 우리가 높은 자리에 있었다면 당연히 지어 달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하느님의 대답에 아마 다윗도 놀래지 않았을까요? 다윗에게 하느님께서는 당신은 이집트에서 나올 때부터 지금까지, 집이 아니라 천막을 치고 당신의 백성들과 함께 옮겨 다니며 살았다고 하십니다.
당신은 한 곳에 머물러 있는 하느님이 아니라 당신의 백성들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그들이 걷는 그 고단한 인생길을 같이 걷고 싶어하신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지은 화려한 건물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라는 현장에 머물기를 원하셨습니다. 우리가 때로는 죄를 짓고, 때로는 실수하여 넘어지는 그 진흙탕 속에서도 주님은 함께 계셨습니다. 다윗에게 약속하신 것처럼, 때로는 매를 드실지언정 결코 우리를 포기하거나 버리지 않으시는 사랑, 그것이 바로 우리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세상 그 누가 우리를 이토록 끈질기게 사랑해 줄 수 있을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하느님께서 그토록 머물고 싶어 하시는 진짜 집이 어디인지 알려주시는 것입니다. 그것은 건물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마음입니다.
말씀이라는 씨앗이 우리 마음 밭에 떨어집니다. 하지만 솔직히 돌아봅시다. 우리 마음은 자주 길바닥처럼 딱딱하고, 돌밭처럼 척박하며, 가시덤불처럼 세상 걱정으로 복잡합니다. "말씀대로 살아야지" 하면서도, 성당 문을 나서면 금세 잊어버리고 맙니다. 어떤 결심을 해도 작심 삼일일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과연 우리 삶이 그리스도를 닮아가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희망은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가 좋은 본보기입니다. 그는 인류 역사상 가장 똑똑한 신학자였고, 하느님에 대해 가장 방대한 책을 쓴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가 생애 마지막에 깨달은 것은 책 속의 지식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기도 중에 주님의 체험하고 나서 "내가 쓴 모든 것은 지푸라기에 불과하다"고 고백했습니다.
그토록 위대한 학자였던 성인도 결국 하느님은 머리로 이해하는 대상이 아니라, 가슴으로 만나고 사랑해야 하는 분임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그분의 위대함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주님을 향한 뜨거운 사랑과 성체 앞에 머무르는 겸손함에서 나왔습니다.
교우 여러분, 하느님은 멀리 계시지 않습니다. 화려한 성전이 아니라, 오늘 하루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여러분의 숨결 속에, 그 땀방울 속에 천막을 치고 계십니다.
오늘 하루, 내 마음이 비록 부족한 밭일지라도 주님께서 그 안에 천막을 치고 함께 계시기 원하신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하느님께 필요한 것은 화려한 마음이 아니라 작은 천막이라도 칠 수 있는 작은 공간입니다. 그 공간을 내어 드릴 때 주님의 말씀이 우리 안에 머물기 시작하는 것이고, 우리의 마음은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가장 아름다운 집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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