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보통 우리는 ‘피를 나눈 사이’를 가족이라고 합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도 있지요. 그런데 우리는 많이 들어서 그런가 보다 할 수 있지만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하시는 말씀은 좀 당황스럽습니다.
어머니와 형제들이 찾아왔다는 말에 예수님은 “누가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냐?” 하고 반문하십니다. 얼핏 들으면 가족을 모른 척하시는 매정한 아들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지금 가족을 배척하시는 게 아니라, 가족의 범위를 넓히고 계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 주위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즉, 예수님께 중요한 것은 몸속에 흐르는 피가 아니라, 우리 삶의 중심에 흐르는 하느님의 뜻을 향한 믿음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사무엘기 말씀을 보면, ‘하느님의 뜻’을 실행한다는 것이 어떤 모습인지 다윗 왕은 큰 기쁨으로 모두에게 잘 보여줍니다. 다윗은 하느님의 궤가 들어올 때, 왕의 체면도 다 내려놓고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여섯 걸음을 걸을 때마다 제사를 지내고, 온 힘을 다해 기뻐합니다. 점잖고 무게있는 왕의 모습이 아니라, 마치 아버지에게서 원하던 선물을 받고 신이 난 어린아이 같은 모습입니다.
다윗에게는 ‘내가 왕이다’라는 자존심보다, 하느님이 자신의 삶의 중심이라는 사실이 훨씬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윗은 그 기쁨을 혼자 누리지 않고, 온 백성에게 빵과 과자를 나누어 줍니다. 하느님을 중심으로 온 백성이 기쁨을 나누는 한 식구가 된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람들의 자리를 보면 예수님의 혈육들은 밖에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 말씀을 듣는 사람들은 다 다른 가족들이 있고 다른 삶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지만 예수님을 중심으로 집안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있었습니다.
우리가 성당에 와서 미사를 드리는 모습이 바로 이렇습니다. 우리는 사는 곳도, 직업도 다 다르지만, 예수님을 중심으로 이곳 ‘안’에 모여 있습니다. 다윗 왕이 백성들과 빵을 나누어 먹으며 왕과 백성이 아니라 한 가족과 같이 하나가 되었듯이, 우리도 미사 때마다 예수님의 말씀과 성체를 나누어 먹으며 한 가족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 곁에 있는 교우들을, 그리고 만나는 이웃들을 예수님의 눈으로 바라봅시다. 때로는 그들을 우리와 상관없는 남으로 대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들은 남이 아닙니다. 남이라고 생각 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삶이 주님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삶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하느님의 뜻 안에서 사랑하고 용서하며 기쁘게 살아갈 때, 우리는 세상 그 어떤 혈연보다 더 끈끈한 하느님의 가족임을 증명하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 곁에 머물며 그분의 뜻을 행하는 복된 하루, 다윗왕이 보여준 것과 같이 진정으로 기쁜 하루가 되시 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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