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 메시아가 언제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예언서에서 메시아에 대해서 말하기는 하지만 정확한 시간과 장소, 어떤 모습 일지 등은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메시아는 이스라엘의 희망이었고, 그렇게 주님의 탄생 예고 소식을 제일 먼저 알게 된 사람은 오늘 복음에서 들었듯이 바로 성모님 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원죄 없이 잉태되셨고, 천사가 찾아오기 전에도 죄를 짓지 않고 살아오셨고 하느님의 뜻에 항상 충실했던 분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특별하다는 생각이나 당신을 통해서 메시아가 이 세상에 태어날 것이라는 등에 대해서는 아마 상상조차 하고 계시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천사가 찾아왔을 때도 당신의 일상 생활을 하고 계셨지 천사를 기다리고 있지 않았지요. 그래서 이러한 천사의 방문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고 복음은 전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하느님의 계획안에 있었고 그 계획은 하느님만이 아셨던 것입니다. 미리 마리아에게 ‘내가 언제 간다.’ 하고 약속을 잡은 것이 아닙니다.
그 상황을 생각해 보면 어느 누가 기다리고 있었다거나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며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요? 너무 놀라 까무러치거나, 두려워 도망가거나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리아는 몹시 놀라면서도 천사의 말에 귀 기울입니다. 아마 당신에게 낯설지 않은 하느님의 목소리이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지 못하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서 살아가지 못하는 것은 아마 하느님의 목소리가 낯설기 때문일 것입니다. 낯선 목소리라면 집중하지 않을 수 있고, 두려워 피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하느님의 목소리는 그런 것이지요.
아하즈왕이 그러한 경우입니다. 하느님의 백성을 다스리는 왕이었지만 그에게 하느님의 목소리는 낯설었습니다. 그래서 주님의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하고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하기 위해 하느님께 청하지 않고 시험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적을 눈 앞에 둔 그의 마음은 이미 두려움으로 가득했지만 낯설 은 하느님의 목소리는 그의 마음을 더욱 두려움에 빠지게 하고 결국에 하느님을 믿지 못하고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합니다.
그와 같이 우리가 신자라고 해서, 우리가 미사를 나온다고 해서, 성당에서 봉사한다고 해서 하느님의 목소리가 낯설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그러한 것은 자신의 뜻에 따라서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모님과 같이 항상 준비되어 있는 삶, 항상 주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응답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수록 우리는 주님의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게 되는 것이고 때로는 놀랄 수 있지만, 낯설지 않은 사랑의 목소리이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않고 그 뜻에 응답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언제 어떻게 어떤 말씀하실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교회를 통해서 말씀하실 수 있고, 주위의 형제 자매들을 통해서 말씀하실 수도 있으며 어떤 상황을 통해서도 말씀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성모님과 같이 평범한 일상 생활 안에서 갑자기 놀라운 모습으로 다가오실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우리가 아하즈 왕과 같이 눈 앞에 있는 일로 두려워하거나, 예상치 못했던 병이나 어려움으로 고통 중에 있을 때 다가오셔서 말씀하실 수 있습니다. 어떻게 어떤 때에 누구를 통해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든, 그 말씀은 우리에게 평화를 주시기 위한 것이지 절대 더 두려움에 싸이도록 하시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마리아에게도 천사는 먼저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마리아는 그 말씀을 통해서 당신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알아본 것이고, 주님의 뜻에 순종 하시며 인간의 생각으로는 절대 이해 할 수 없는 길을 통해서, 즉 성령의 힘으로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하느님의 말씀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하느님의 목소리가 낯설지 않고 친밀하고 가까운 친구의 목소리, 다정하고 사랑으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목소리로 들릴 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그러한 어머니의 믿음을 통해서 잉태 되셨고, 그 전에 하느님만 아시던 구원 계획이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스라엘의 희망이 이루어진 것이지요. 우리도 믿음을 통해서 하느님의 뜻에 순종한다면 예수님의 구원은 계속해서 더 많은 이들, 더 많은 형제 자매들에게 드러날 것이고 그 사랑을 통해서 더 많은 이들이 구원의 길에 동참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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