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프랑스길 마지막날에 보통 사람들은 대성당에서 12시에 있는 순례자 미사에 맞춰가기 위해서 20 km 지점에 있는 동네에서 새벽에 길을 나서게 됩니다. 동네에서 나와 한동안은 숲길을 걷게 되는데 새벽에는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플래시를 켜고 간다고 해도 혼자 걸을 때는 무섭다고 사람들이 많이 말하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혼자일 때는 무섭지만 누군가가 주위에 같이 있거나, 앞뒤로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두려움은 사라집니다. 그 사람들이 자신에게 무엇을 해주지 않고 좀 떨어져서 걷고 있고, 어둠이 계속된다고 해도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마음이 안정이 되는 것이지요.
까미노 길이 아니라도 여러분들도 혼자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거나 어떤 길을 갈 때 두려움이 있지만 누군가 함께 있을 때 마음이 안정이 되고 두려움이 사라지는 경험을 해 보셨을 것입니다. 물론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이 겪은 것과 같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다고 해도 함께 무섭고 두려움에 휩싸이는 경우도 있었겠지요.
그러한 제자들을 보고 예수님께서는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하고 말씀하십니다. 제자들은 그 전에 예수님의 가르침을 들었고 당신께서 행하시는 기적을 봤습니다. 나병환자를 고치시고, 백인 대장의 종을 고치시고, 많은 병자들을 고쳐 주셨습니다. 인간이 할 수 없는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도 예수님께서 메시아라는 것을 믿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래서 자신들의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예수님께 구해 달라고 하며 그 와중에도 주무시는 예수님을 깨웁니다. 그들에게는 예수님께서 함께 계시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목격했던 기적들과 같이 예수님께서 무엇인가를 해주시기를 원했던 것이지요.
그러한 제자들의 모습이 아마 우리에게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님과 관계가 당신께서 함께 하시는 것 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우리도 계속해서 예수님께서 무엇인가를 해 주시기를 바라고 청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무엇인가 잘 되고 힘든 일이 없을 때는 예수님과 관계가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불안하고 우리 삶에 풍랑을 잠재워 주시지 않는 예수님을 원망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시겠다고 하셨고 그렇게 함께 하시는 것 만으로도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과분하고 엄청난 일인데, 우리가 원하는 그 이상의 것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 것이지요.
하느님께서는 롯의 가족에게 말씀하신 것과 같이 우리가 당신을 믿고 당신만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하십니다. 그리고 그 길에 어떤 일이 있다고 해도 당신께서 함께 계신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그렇지 않고 롯의 아내와 같이 뒤를 돌아보다가, 다른 것이 더 없는 가 하고 두리번거리다가 멸망의 하게 되는 것입니다.
때로는 예수님께서 우리 삶 안에서 잠자고 계신 것 과 같을 때가 있지만 소화 데레사의 말씀을 들어 보면 당신은 예수님께서 주무시고 계셔도 괜찮다고 하십니다. 오직 필요한 것은 예수님께서 당신과 함께 계시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시지요.
우리와 함께 하시는 주님께 감사드리며 우리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형제 자매들과 함께 머무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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