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열두 제자들을 둘씩 파견하시면서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십니다. 또한 신발은 신되 옷도 두 벌을 껴입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어느 고장에 들어 갔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알려 주십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시는 명령은 그들이 마귀들에게 두려운 존재가 되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제자들이 마귀들에게 두려운 존재가 되지 못한다면 어떻게 그들을 쫓아 낼 수 있을까요? 우리는 예수님께서 마귀들에게 정말 두려운 분이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께 저항하거나 말을 듣지 않은 마귀는 없었습니다.
물론 제자들이 스스로의 어떤 힘이 있었기 때문에 마귀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모습에서 예수님이 보이기 때문에 두려워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제자들에게 지시하신 것은 그들이 다른 것이 아니라 오로지 당신께 의지하고 일치 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말과 행동에서 성령의 힘이 드러나도록 하신 것이지요.
그런데 마귀들은 누가 두렵다고 해서 그냥 포기하고 돌아서지 않습니다. 우리는 누가 두려운 사람이 있으면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고 피하려고 하지만 마귀는 자신이 두려워하는 사람일수록 더 심하게 공격을 합니다. 그래서 성 요한 비안네 와 같이 거룩한 삶을 살았던 성인들 중에는 마귀들에게 누구보다도 더 심하게 공격을 받았습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들도 그렇게 공격을 받았지만 마귀들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공격을 내칠 수 있었고 용감하게 순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이 우리를 두려워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우리가 두려워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두려움은 적과 대적해서 싸우지 못하고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상대를 두려워하는 군대가 승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께 가까이 머무를 때 더욱 집요한 공격을 받기 때문에 우리가 이길 수 있기 위해서 더욱 주님과 일치하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어느 정도면 됐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더 이 세상의 것에 의지하는 우리의 모습을 버리고 주님과 일치하는 모습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제자들이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않았고 오직 주님의 말씀만을 가지고 세상으로 나갔듯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오직 주님의 말씀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분은 오직 주님이십니다. 주님을 두려워 할 때 그 사랑이 우리 삶안에서 살아나는 것이고, 마귀는 그 사랑을 두려워 하게 될 것입니다. 사랑은 성령의 열매로서 어떠한 죄나 고통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으며 이미 마귀의 손에 넘어간 사람들을 다시 주님께 돌아오도록 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십자가의 사랑으로 우리를 마귀의 손에서 건져 내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어떠한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고 주님만을 사랑하며 순교자들과 같이 목숨까지도 내어 놓을 수 있는 용기를 청하도록 합시다. 그렇게 주님의 은총안에서 살아갈 때 마귀에게 두려운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