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남편이 아내를 너무 사랑해서, 결혼 10주년에 정말 크고 멋진 선물을 해주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몇 달 동안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나가서 일을 했습니다. 집에서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보낼 시간도 없이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해서 마침내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아주 비싼 명품 가방을 샀습니다. 그런데 막상 기념일 날, 선물을 받은 아내의 표정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왜 기쁘지 않았을까요? 남편은 아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아내를 위해 무언가 ‘대단한 것’을 해주고 싶었지만, 아내가 진정 원한 것은 물건이 아니라 남편이 자신과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 나오는 다윗 임금의 마음이 어쩌면 이 남편 같습니다. 다윗은 하느님을 그 누구보다도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자기는 좋은 궁전에 사는데 하느님은 천막에 계신 것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하느님께 세상에서 제일 화려한 성전을 지어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나탄 예언자를 통해 말씀하신 것은 당신께서는 집을 원하시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다윗과 백성들과 함께 하시기를 원하신 것이지요. 그들이 당신을 어떤 건물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에 머무실 수 있도록 해주기를 원하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긴 시간을 그들과 함께 걸어오셨던 것입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땀 흘려 바치는 화려한 ‘업적’이나 ‘성공’이라는 이벤트를 원하시는 게 아닙니다. 하느님은 그저 우리 삶의 자리, 그 소소한 일상 속에 당신이 앉을 ‘작은 의자’ 하나를 원하십니다. 우리의 마음이 당신의 집이 되기를 원하신 것이지요.
오늘 복음을 보십시오. 하느님이 진짜 원하셨던 그 집이 나옵니다. 바로 성모님이십니다. 성모님은 하느님께 화려한 건물을 지어 바치지 않았습니다. 대신 당신의 몸과 마음을 하느님의 뜻대로 내어드리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엘리사벳도 그러한 성모님의 믿음을 보고 행복하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성모님은 하느님을 ‘저 높은 곳’에 모셔두고 우러러본 것이 아니라, 당신의 태중에, 가장 깊은 곳에 모시고 함께 사셨습니다. 그것이 하느님이 우리 모두에게 바라시는 사랑입니다.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종종 앞에 말씀드린 남편처럼 행동합니다.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겠다며 바쁘게 봉사하고, 무언가 성과를 내려고 동분서주합니다. 그러다 정작 기도할 시간은 없고, 마음은 메말라가고, 하느님과 눈 맞출 여유조차 사라져 버립니다.
하지만 우리 본당의 표어를 다시 한번 떠올려 봅시다. “크게 소리칠 필요가 없습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가까이 계십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큰 목소리로 소리치거나 거창한 이벤트를 벌일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옆에 앉아서 조용히 속삭이면 다 들립니다.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사랑의 행위들이 그 사람의 마음을 드러냅니다. 하느님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지은 화려한 성전이 아니라, 여러분의 고단한 일상 속에, 오늘 아침 드리는 짧은 화살기도 속에 이미 와 계십니다. 이웃에게 물 한잔 내어주는 사랑의 행위에 하느님께서는 함께 머무르십니다.
그러니 오늘은 하느님을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너무 애쓰지 마십시오. 그저 성모님처럼, 내 곁에 계신 그분의 손을 잡고 “주님, 오늘 저와 함께 계셔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고백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주님은 우리들의 대단한 선물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작은 사랑을 사랑하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