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그릇에 담아서 먹습니다. 그리고 어느 집이든 특별한 손님이 왔을 때 음식을 더 돋보이게 하는 특별한 그릇이 있습니다. 고급 식당들도 이름 있는 그릇을 쓰는 경우가 많지요. 물론 음식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음식이 담겨 나오는 그릇이 특별하면 사람들은 그만큼 더 대우받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살은 참된 양식이고, 피는 참된 음료라고 하십니다. 예수님의 몸과 피 역시 미사 때 성반이나 성합, 성작과 같은 특별한 그릇에 담깁니다.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기도 하고 가장 귀한 재료를 사용해서 만든 것들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는 황금으로 만든 성작보다 더 중요하고 고귀하게 여기시는 그릇이 있습니다. 바로 당신의 몸과 피를 받아먹는 우리들 자신입니다.
주님께서는 박해자였던 사울을 두고 하나니아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가거라. 그는 다른 민족들과 임금들과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내 이름을 알리도록 내가 선택한 그릇이다.”
주님께서는 바오로 사도를 단순히 무언가를 담는 통이 아니라, 당신의 거룩한 이름을 세상에 실어 나르는 ‘선택된 그릇’으로 삼으셨습니다. 이 부르심은 오늘 성체를 모시는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우리가 성체를 모실 때, 우리는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주님을 우리 안에 모시는 거룩한 그릇이 됩니다. 그리고 바오로 사도처럼 주님의 사랑과 복음을 세상에 전해야 하는 사명을 담은 ‘살아있는 그릇’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귀한 양식이신 하느님의 아드님을 담는 우리라는 '그릇'은 과연 어때야 하겠습니까?
우리는 때때로 스스로를 질그릇처럼 보잘것없고 부족하다고 여길 때가 많습니다. 상처로 얼룩져 있고, 때로는 세상의 근심과 욕심으로 가득 차 주님이 머무실 빈자리가 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비록 깨끗하지 못하고, 투박하고 흠집이 난 그릇이라도, 당신을 간절히 모시고자 하는 우리의 마음을 가장 기쁘게 찾아오십니다.
예수님의 살과 피를 모심으로써 우리 내면은 거룩한 성전이 되고 살아있는 그릇이 됩니다. 참된 양식을 모신 그릇답게, 우리도 영적으로 깨끗하게 우리 자신을 비워내고 단장해야 합니다. 미움과 시기, 이기심을 덜어내고 그 자리에 주님의 사랑과 평화를 채워야 합니다.
부활의 기쁨을 살아가는 오늘, 성체를 모시며 우리 자신이 주님을 담는 얼마나 존귀한 그릇인지 다시금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주님의 이름을 전하는 그릇으로 형제 자매들을 주님의 은총으로 먹이는 일에 일생을 바쳤듯이, 우리도 일상의 삶 속에서 우리 안에 모신 하느님의 은총을 잘 담아서 이웃에게 아낌없이 내어주는 아름답고 거룩한 그릇으로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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