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회안에서 살아가면서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공동체에서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데 많은 반대에 부딪힐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내가 어떤 일을 하는 목적이 다른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려는 것이 아닌 이상 반대하는 이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저도 그렇고 공동체 장으로 활동하신 분들은 분명히 그런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형제 자매들을 사랑하라고 하셨지 그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고 상하게 하지 말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물론 우리가 악의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고 하지 말아야 하는 죄입니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고, 복음을 증거하는 나의 말과 행동이 다른 이들의 마음을 힘들게 하고 상하게 한다면,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해야 하는 선택입니다.
히브리서의 말씀에서 모든 사람과 평화롭게 지내라는 것은 다들 기분 좋게 지내는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 아닙니다. 하느님께 훈육과 책망을 들어도 그러한 것을 받아들일 줄 알고 훈련된 이들에게 평화와 의로움의 열매가 있다고 하듯이, 진정한 평화는 하느님의 진리안에서 살아가는 것에 있는 것이지, 다툼이 없기 위해서 거짓된 삶을 살아가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공동체라면 좋은 것이 좋다고 하면서 신앙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마음이 상하고 아프더라도 서로에게 진리를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한 말을 들었을 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는 진리를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먼저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는 것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을 보고 의문을 품은 고향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잘못된 길을 가고 있기 때문에 못마땅하게 여긴 것이 아닙니다. 아마 그들이 받아들이기 힘들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진리를 말씀하시는 예수님이 못마땅했던 것이지요. 물론 그들이 믿음이 없는 것에 놀라시고 많은 기적을 행할 수 없으셨지만, 그러한 반대는 예수님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지 못합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신 목적은 우리들의 마음을 편하고 기분 좋게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그냥 겉으로만 드러나는 평화에는 관심이 없으십니다. 그래서 힘들더라도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청하며 구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기 때문에 기분 나쁘다고 반대하는 이들이 있어도 여러 마을을 두루 돌아다니며 계속해서 기쁜 소식을 전하신 것입니다. 결국에는 그러한 반대에 의해서 십자가에서 죽음을 당하실 것을 아시면서도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우리가 오늘 기념하는 성녀 아가타도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선택을 했다면 당신의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삶을 살아 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온갖 유혹과 협박과 고난에도 오로지 그리스도를 향한 당신의 사랑을 고백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내처 졌고 처참한 고문 끝에 죽음을 당한 것입니다.
인간을 향한 두려움이 있다면 우리는 그들의 마음에 들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을 향한 두려움, 진정한 사랑에서 오는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은 사랑이신 하느님의 진리를 증거할 것이고, 세상의 유혹이나 협박, 고통도 그 길을 막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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